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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돈이 필요없는 삶

by 다3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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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돈이 필요없는 삶

몇년동안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버렸다. 

여행을 가서 기념품에 혹하지 않고, 명품이나 드레스룸을 자랑하는 영상을 보면 부럽다는 감정보단 안타까움이 앞서는 경지에 도달하였다. 

하지만 가계부는 변동이 없었다. 월말 총액은 언제나 백만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두자릿수는 평생 나에겐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다. 

발레, 클라이밍에 승마까지하는 취미생활이 원인이었지만 삶의 생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과 만나면 언제나 여행 이야기를 했고, 여행지에선 그 다음 여행을 계획했다.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부던한 노력이었다.

그러다 대뜸 귀촌을 결정하였다. 

책임과 의무감으로 8년간 유지하던 돈벌이를 끊은 것이다.

진작 끊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그만두면 아쉬울 이유가 기가막히게 생겼다.

이번 결단은 자존심이 상하게도 온전히 내 결정이라기 보다는 건물주가 나가라고 떠밀어줘서 가능했다.

그럼에도 드디어 끊을 수 있게 되어 기뻤다.

그리고 서울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 단지의 적막함은 나를 압박하고, 집 앞 온갖 간판들이 나를 눌렀다. 서울을 떠나야 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직 자연과 나만 존재하는 시골집이 좋았다. 규칙성 없이 마구 뻗은 나무들은 나에게 말해준다. 인생의 답은 없으니 다 괜찮다고.

모든 걸 내려놓고 멍하니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그제야 깨달았다. 아 이런게 쉬는거였지, 내가 이런 시간을 잊었었구나. 

시골집에 있으면 일상이 여행이고 작품이다.

사방으로 보이는 풍경화가 시시각각 바뀐다. 인상파 화가들이 이래서 탄생했구나 감탄한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쑥 커져있는 아스파라거스가 신기하고 땅이 주는 농작물에 감사하다. 

시골집에서의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아직도 매번 놀라고 새롭다. 

유명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 타이머 켜고 광클하던 날들이 이젠 이해가 안된다.

버는 돈은 줄었는데, 돈이 더 많아졌다. 

요즘은 한달에 백만원 쓰는게 어렵다. 쓸 곳이 없다. 

텃밭이 가장 신선하고 가까운 마트이자 최고의 취미이고 운동이다. 

서울에 가도 일을 보고 최대한 빠르게 바로 내려온다.

의미없이 부어라 마셔라하는 술자리도 끊었다.

나를 찾는 여행을 핑계삼아 이리저리 다니는 여행도 재미없다. 

마치 은퇴 후의 평온한 삶을 이렇게 일찍부터 누려도 되나 불안한 감정이 올라올때도 있다. 

너무 행복해서 깨져버릴까봐 순간 걱정이 될때도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행복에 돈이 필요없다니 신기하다.

돈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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