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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램의 글쓰기

17일차, 단 몇 초 안에 상대를 알아볼 수 있을까

by 다3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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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첫인상 몇초만에 상대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기운이 잘 맞는 사람과는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금방 모든걸 다 오픈하고 친해진다.
하지만 나랑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바로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먼저 너무 다가오는 사람에게도 뒷걸음질 치는 편이다.

누구에게나 장점과 배울점이 있다. 이것과는 별개로 좋은 사람인 것과 나와 잘 맞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루만에 평생 친구의 감정이 생기기도 하고, 초등학교때부터 추억이 있음에도 여전히 내 속마음을 나누지 않는 친구도 있다.

35년동안 살면서 주로 내가 첫눈에 찜한 사람은 나와 잘 어울렸다.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면모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턴 상대의 능력과 알려진 이력보다도 내 직감을 더 신뢰한다.

동생은 이런 내 느낌을 선입견이라고 말한다.
내가 말하는 잘 맞는 에너지라는게 진짜 존재할까. 동생말 대로 내 선입견으로 인해 좋은 사람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인식을 바꿔야하나 고민하다 내가 낸 결정은 현행 유지이다. 난 주변 두루두루를 살뜰히 잘 챙기는 성격은 아니다. 내가 정말 아끼는 소수에게 에너지를 나눠 주기에도 이미 바쁘다. 모두와 속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될 필요가 있을까. 다수를 얕게 애정하는 것 보다 소수에게 깊은 마음을 주는것을 선택하겠다.

경험적 지혜와 더불어, 알 수 없는 존재의 이끌림이 있다고 믿는다.
이 에너지가 단 몇초만에 나를 이끈다. 실제로 그 강한 끌림이 영적으로 느껴진다.
마치 다른 세계 혹은 다른 생에서 이미 만난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 보지만 그 사람에 대한 아끼는 마음이 내 속에 이미 존재한다. 그 존재가 낯설지도 새롭지도 않은 기분이다.

그저께 여러 사람들과 언어 교환을 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보이스톡방에서 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를 들었다. 듣자마자 난 그 분이 좋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친해지고 싶었다. 나와 한마디 나누지도 않았지만 나는 이 분이 나를 좋아할거라고도 확신했다. 웃기지만 이미 친해진 마음이었다. 언어 교환 요청이 심각하게 많이 왔는데, 내가 먼저 말을 걸은건 이 분이 유일하다.

그리고 오늘 20명이 넘는 사람들의 채팅은 모두 무시하고 이 분과만 대화했다. 너무 즐거워서 끊기질 않았다. 오늘 처음 인터넷상으로 만난 사람인데, 이미 난 이분과 내년에 한국에서 템플스테이를 같이 하고 있을 미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템플스테이를 알려주기도 전에 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보고 온 것처럼 선명히 보였다.
이런 감정은 정말 오랜만이다. 심지어 불어도 이분과 하니 막힘이 없었다. 요 며칠 내가 했던 불어와는 차원이 다른 레벨이었다. 처음보는 단어임에도 막 뜻이 떠오르는게 마약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였다.

여러모로 신기하고 신나는 기분이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를 만났다. 운명 혹은 인연이라고 까지 생각이 닿는다.
내 35년 빅데이터 직감에 감사할 따름이다.
사람을 고르는 내 레이더는 아직 짱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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